책소개
<<엔디미언>>은 달을 사랑한 남자에 관한 극이다. 극 중 엔디미언은 달에 비유되고 있는 신시아를 사모한다. 작품에서 신시아는 신과 동격으로 여겨지며, 그녀에 대한 사사로운 감정은 금지되어 있다. 엔디미언은 진심을 숨긴 채 텔러스라는 여인에게 관심을 두는 척한다. 엔디미언의 진심을 알게 된 텔러스는 질투에 사로잡혀 복수를 결심한다. 그녀느 딥서스라는 마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딥서스는 텔러스의 청을 받아들여 엔디미언을 영원한 잠에 빠트리고, 전후 사정을 모르는 신시아는 엔디미언의 친구 유메니디스에게 그를 구할 방도를 찾으라고 명한다. 유메니디스는 엔디미언을 구하기 위해 희생을 감수한다. 그 결과 신시아의 키스만이 엔디미언을 잠에서 깨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엔디미언이 깨어나자 텔러스는 자신의 잘못을 고백한다. 신시아는 지혜와 아량을 발휘해 모두를 용서한다. 신시아는 엘리자베스 여왕을, 텔러스는 메리 여왕을, 엔디미언은 작가 자신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엘리자베스 시대에는 셰익스피어 외에도 많은 작가들이 활발히 문학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국내 연구는 셰익스피어에 편향되어 있는 실정이다. ‘non-Shakespeare’ 작품을 소개한다는 것은 엘리자베스 시대의 다양한 작품을 균형 있게 조명한다는 의미다. 당시 작가들이 협업 등을 통해 극작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점 때문에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들 작품에 대한 연구는 필수적이다.
200자평
엘리자베스 시대에 활동한 작가 존 릴리의 희곡을 초역으로 소개한다. 달에 사는 남자 엔디미언은 신화에서 영감을 얻어 당대 사정에 맞게 극화한 작품이다. 여왕을 향한 작가 자신의 충성을 달에 대한 엔디미언의 사랑에 비유했다.
지은이
존 릴리(1553/4∼1606)는 1578년에 출간된 그의 첫 산문인 <유피우스: 기지의 해부>와 2년 뒤에 발표한 <유피우스와 영국>으로 가장 잘 알려진 작가다. 우아하고 화려한 산문체로 유명하다. 유피이즘은 바로 직접적이지 않고 장식적인 그의 문체에서 온 말이다. 옥스퍼드 재학 시절에 “발군의 기지(a noted wit)”를 가진 학생으로 알려졌고, 졸업 후에는 옥스퍼드 백작(Earl of Oxford)으로 알려진 에드워드 드 베르(Edward de Vere)의 개인 비서로 일했다. 이후 옥스퍼드 백작은 릴리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로 남는다. 릴리가 쓴 희곡 작품들은 대부분 “폴의 아이들(Children of Paul’s)”이라는 아동 극단에 의해, 당시 절대군주였던 엘리자베스 1세가 보는 앞에서 공연되었다. 릴리는 의회(parliament)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끝내 여왕의 궁정에서 눈에 띄는 직책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왕에게 두 번의 탄원서를 썼는데 10여 년간 여왕을 위해 충성을 다했으나 별다른 보상을 얻지 못한 것을 하소연하는 내용이었다. 결국 그는 여왕이 죽은 지 3년 뒤인 1606년에 가난한 무명 인사로 죽어 런던에 있는 성 바돌로매(St. Bartholomew-the-less) 성당에 안치되었다.
옮긴이
임성균은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미국 루이지애나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영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밀턴학회와 한국셰익스피어학회 회장을 지냈다. 학술 논문 50여 편과 저술(번역 포함) 14권을 발표했으며, 2012년에는 에드먼드 스펜서의 ≪선녀여왕≫을 완역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프롤로그
1막
2막
3막
4막
5막
에필로그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배우: 한 남자가 여행을 하고 있는데, 바람과 태양이 하나는 강풍이 다른 쪽은 광선이 낫다면서 서로 주도권을 다투고 있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그 사람은 옷을 제 몸에 더욱 바싹 둘렀다. 바람은 더 세차게 불어 댔다. 그러자 그는 옷을 더욱 꽉 조였다. “내가 이길 수는 없겠군,” 바람이 말했다. 태양은 그녀의 투명한 광선을 내보내 그 남자를 따뜻하게 했다. 그는 외투를 풀었다. 태양은 더 밝게 빛났고, 그러자 그는 외투를 벗어 버렸다. “내가 졌소,” 바람이 말했다. “그대가 쉬지 않고 비추면 저 사람은 자신의 상의도 벗을 거요.” 경외하옵는 주군이시여, 협박으로 우리를 넘어뜨리려는 악당들은 우리의 신념을 더욱 굳세게 하고 폭풍 속에서 더욱 강하게 만들 뿐입니다. 하지만 전하께서 호의의 광채로 우릴 내려 봐 주신다면, 우리는 허리를 굽힐 뿐 아니라 지극한 겸손함으로 손과 마음을 둘 다 전하의 발아래 둘 것입니다.
151쪽